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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 15.07.10 - 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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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실제 타인에게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는 나로 화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래봤자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체가 될 뿐이다.

 

p.37

아무튼 산다는 건 액정 보호 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떼어내어 다시 붙이려다가는 못 쓰게 된다.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았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인내하고 상기할 수 밖에 없다.

 

p.73

그러나 봄의 따스함이란 사그러질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다. 끝으로 갈수록 더욱 따스하게 풍성해지는 것이다.

 

p.110

가을이 다 차올랐다. 노인은 죽은 듯 볕을 쬐고있었다. 가을의 속도감이 노인의 주변에 채 미치치 못하고 머물렀다.

 

p.135

세상은 한국 군대라는 비정상 안에서 정상인으로 잘 버텨내며 그 안에 공기를 폐부 깊숙히 들이마셔 자기화하는데 성공한 사람을 사회 생활 잘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p.179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지요. 부조리의 관성을 세계의 질서라고 이야기하지요. 더불어 그걸 인정하고 대안과 차악을 선택하는 게 더 너르고 성숙한 세계관이라고 포장하지요. 세상이 바뀌지 않는 건 세상을 바꿀 마음도 의지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세계의 지도와 구조를 그려 왔기 때문입니다.

 

p.234

살아있는 누군가는 깎아내려 짐으로써 상품화된다. 이미 죽은 누군가는 신화화됨으로써 상품화 된다. 

 

p.339

누군가의 성공담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건 잠시 동안의 쾌감과 환상 뿐이다. 우리가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고 혹시 모를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청해야 하는 것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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