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쟁이

나중에 뭐하면서 밥 빌어먹고 살지 - 진로 고민글

2016.11.04 보현산 천문대에서, 플레이아데스 성단 (M45)

‘나중에 뭐하면서 밥 빌어먹고 살지’

 

군대에 있는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입대한 지 몇 달도 채 안되었을 땐 다른 고민 하나 없이 그저 전역만을 바라보고 살았는데, 전역을 두 달 정도 앞두고 부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천문학에 어떤 식으로든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천문학을 공부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아름다운 별들로 수놓인 밤하늘을 보고’, ‘우주와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껴서’ 등등. 나는 좀 달랐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언저리였을 것이다. 어느 드라마 재방송의 한 장면 속에 ‘망원경’이라는 물건의 모습이 잠깐 스쳐지나갔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망원경은 순식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날 이후 나는 망원경뿐만 아니라 천체망원경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밤하늘, 우주, 별, 이런 것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학문적 열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지금의 내가 천문학을 전공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밤하늘과 우주를 동경하며 ‘난 천문학 아니면 안 돼!’, ‘꼭 대학원 가서 석사 박사 따고 연구원이나 교수님 될 거야!’라는 마인드를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마음가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내 능력이나 수입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최근 한 후임으로부터 <과학자가 되는 법>이라는 책을 빌려 읽었다. 말 그대로 ‘과학자가 되는 법’을 현직 생명과학분야 교수가 꽤 자세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선 과학자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학자들이 고통 받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그들이 ‘전문직’이 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입이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변호사나 의사 같은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서 말이다.

 

우주과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또는 우주과학과를 다니고 있다고 말할 때 주변 사람들은 걱정 아닌 걱정을 해줬다. ‘천문학? 우주과학? 그걸로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니?’ 아마 내 대학 동기, 선후배 모두 한번쯤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들었을 거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주위에서, 또는 인터넷이나 향간에 떠도는, 자연과학은 돈 벌어 먹기 힘들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당연히 밥 정도야 먹고 살 수 있지. 한 번뿐인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거다’ 하면서 저런 말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현직 교수가 그 주제에 관련해 직접 쓴 글을 읽고 나니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박사, 포닥을 하면서 받는 결코 많다곤 할 수 없는 액수의 임금에 대해, 그리고 교수 같은 연구책임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한 내용을 보니 내 미래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군 복무를 하는 지금까지도 난 밤하늘과 우주,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사랑한다. 야간 근무 땐 지난 동아리 활동의 기억을 떠올리며 밤하늘에 유유히 빛나는 별들과 별자리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어보고, 틈틈이 짬을 내어 관련 서적이나 글들도 꾸준히 찾아 읽고, 전역 후에 무슨 망원경을 살지 고민하며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내 전공을 사랑하는 만큼 돈도 좋아한다. 난 여행을 참 좋아한다. 돈을 많이 모아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게 나의 또 다른 꿈이다.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좀 비싸더라도 나중에 꼭 사먹는다. 게임하는 걸 좋아해 성능 좋은 컴퓨터도 하나 맞추고 싶다. 독서가 취미지만 책 소장하는 것을 좋아해 웬만하면 사서 읽는다. 내 DSLR 카메라의 렌즈도 업그레이드하고 싶고, 새 망원경도 갖고 싶다. 언젠간 좋은 차, 좋은 집도, 다 갖고 싶다.

 

나는 밥만 먹고 살 순 없는 인간이다. 밥 말고도 먹고 싶은 거 많고, 취미생활도 해야 하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지내야 한다. 결국 돈 문제다.

 

그렇게나 돈에 집착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 석박사와 포닥 과정을 밟는 동안 또래들은 대기업에서 연봉 몇 천씩 벌 생각하면 박탈감과 자괴감이 심하게 올 것 같다. 비교를 안 하면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 쉽지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생길 끝에 과학자가 된다고 해서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입대 전에 담임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해주셨다. ‘많은 돈을 바라고 학계에 뛰어들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돈을 벌려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맞다.’

 

그렇다. 돈을 ‘많이’ 벌려면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 등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휴가 나갈 때마다 동기들과 선후배들 몇몇이 복수전공을 하거나 아예 다른 과로 전과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과만 졸업하면 대기업 취직에는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하다. 대기업은 공학을 배운 사람을 선호하지, 자연과학만을 배운 사람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우주과학과의 커리큘럼을 어떻게 따라가느냐에 따라 응용과학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자연과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돈 뿐만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난 내가 과학자가 될 능력이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그 분야를 ‘좋아’하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부대 안에서 물리, 수학 등 전공 공부를 많이 했다. 복학 후에 학점을 잘 받기 위한 목적도 물론 있었지만, 그저 내 학문을 ‘좋아’해서 좀 더 순수하게, 깊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단지 시험만 치기 위해 대충 공부했었던 개념을 파고들어 무언가를 더 깨달을 때 큰 희열감을 느꼈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외워서 적어내기 바빴던 문제들을 똑바로 이해하며 풀어나갈 때 말 못할 짜릿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 개념이나 한 문제에 대해서 몇 시간, 몇 일을 투자한 적이 적지 않다. 긴 시간동안 고민한 끝에 의문이 풀리면 다행이지만 결국 풀리지 않아 좌절할 때도 많았다. 대학 공부 특성상 교재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인터넷 검색도 많이 활용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교수님이나 학과 동기들에게 직접 질문하고 싶었으나 군대라는 환경 특성 상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답답했다. 어느 한 문제를 가지고 긴 시간 동안 씨름하는 것이 나에겐 좀 버거웠다. 정확히 말하면 재미도 있고 할 만하기도 한데 힘들었다. 특히 나를 괴롭히는 문제가 기본예제나 기초개념 같은 것이면 더욱 그랬다. 기본예제 하나도 내 힘으로 제대로 못 풀고 몇 시간 동안 붙잡고 낑낑대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 큰 자괴감을 느꼈다. 이런 거 하나도 제대로 못 푸는데 나중에 연구는 제대로 할 수 있겠나... 누굴 가르칠 수나 있겠나... 난 내 학문을 ‘좋아’만 하지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상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차피 모르는 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차차 배워 가면 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내 지구력에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자란 인류 지식의 최전방에 서서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무언가를 알아내 우리 삶을 보다 낫게 해 줄 디딤돌을 놓는 사람들이다. 남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식을 캐내는 것은 학과 공부처럼 단지 몇 시간, 몇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몇 년, 몇 십 년, 아니,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을 것이다. 난 과연 그것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미 잘 정리된 지식만을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조차 힘겨워하는 내가, 세상 아무도 모르는 무언가를 탐구하는데 걸리는 기나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요즘은 과학자 말고도 다른 진로들도 생각해보고 있다. 생각하는 것 중엔 운항관리사, 천문대 선생님, 과학 기자 등이 있다. 복수 전공 또는 전과를 해서 대기업에 쉽게 취직할 수 있게 길을 닦아놓을 수도 있겠으나 때가 좀 늦기도 했고, 지금 와서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대기업을 가고 싶진 않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창업이나 주식투자 같은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고, 다른 수입원에 비해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맘에 걸린다. 웬만하면 내 전공을 최대한 살려내면서, 안정적으로, 돈 많이 벌고 싶다. 참 욕심 많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도 편안하게 많이 벌려고 하니. 하지만 역시 그러기란 쉽지 않다.

 

운항관리사는 민항기가 원활히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채용 공고를 보면 대놓고 천문/대기를 전공한 사람을 우대 한다 되어 있고, 심지어 난 군대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적성도 잘 맞고 적응도 잘 할 거라 생각한다. 연봉도 대기업이라 그런지 꽤 높다. 심지어 항공사 직원에겐 항공권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선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제일 관심 있게 알아보는 진로이기도 하다.

 

천문대 선생님도 해보고 싶다. 군 입대 전까지 약 1년 반 동안 경희 천문대에서 교육프로그램 보조 알바를 했었는데, 재밌기도 했고 하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적성에 잘 맞았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밤하늘과 우주의 매력을 알려준다는 점이 가장 보람찼다. 이 경력을 살려서 경기도나 충청 지방에 위치한 사설 천문대에 취직해 정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다.

 

과학기자로도 일해보고 싶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과학쟁이>라는 초등학생용 과학 잡지를 처음 접한 이후 <과학동아>나 과학 신문 기사, 교양 과학 서적 등등 과학에 관한 여러 가지 텍스트들을 많이 읽었다. 지금은 글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지만 어릴 땐 글과 관련된 활동들을 많이 했다. 초등학생 땐 <과학쟁이>에서 어린이 기자로 뽑혀 활동했고, 고등학생 땐 충북지역 논술대회에서 전체 2등을 거머쥐었다. 군대에선 안보관련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하여 보상으로 6박 7일 동안 밖에 나와 있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진짜 글을 ‘잘’쓰는 건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글 쓰는 걸 ‘좋아’는 한다. 과학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과학기자라는 직업은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동아>같은 곳에 기자로 취직해서 읽기만 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밌어할만한 명쾌한 과학기사를 써내고 싶다. 특히 천문학에 관해서.

 

그래도 역시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천문학자다. 구체적으론 태양과 지구 대기권의 관계, 즉 우주기상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 왜 하필? 천문학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보통 별이나 은하, 블랙홀, 우주론 등등 스케일이 큰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 하지 않나?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천문학이 실제적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리고 내가 판단했을 때 천문학의 많은 분야 중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분야가 바로 우주기상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은 지구와 상호작용하며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 영향들 중 몇몇은 우리 인간들의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그것을 미리 예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나는 그들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니면 언젠가 인간이 새로운 문명을 세울지도 모르는 달이나 화성에 태양이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태양과 지구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것처럼 미래에 달이나 화성에서 살고 있는 자손들에게도 태양과 달, 태양과 화성간의 관계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들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

 

그렇게 천문학자, 과학자가 된 내가 발표한 논문이 유명한 학술지에 실리거나 인용이 많이 되어 내 연구가 그만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좋겠다. 국내외 여러 학회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연구 결과를 발표해 그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싶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언젠간 교수가 되어, 특히 우리 학교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진짜 천문학의 세계로 인도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나도 여러분들처럼 그곳에 앉아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지금 이 자리에 서길 늘 꿈꿔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일 년에 한 번쯤은 학생들을 데리고 국가천문대나 연구원을 견학해 천문학에 대한 그들의 꿈과 열망을 좀 더 불태워주고 싶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석박사생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학문적 성취를 위해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어쨌거나 내가 제일 갖고 싶은 직업은 과학자다. 위에서 여러 가지 다른 진로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결국 내 진정한 꿈은 과학자임에 틀림없다.

 

사실 내가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미래와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입대한 상태고, 일반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등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단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냥 복학해서 학교 열심히 다니고, 학부연구생이나 대외활동으로 경험 쌓고, 주위 사람들 만나며 정보들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취업을 하게 되더라도 그 전에 대학원에서 석사까지는 해 볼 생각이다. 석사를 하면서 진짜로 이게 내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고, 과학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직접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설령 과학이 내 길이 아니란 걸 깨달아도 그것이 좋은 경험과 경력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나이는 별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석사를 졸업하면 27, 28살 정도 될 텐데 이정도면 취업할 때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박사과정을 밟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나의 경험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에 지금까지 써내려온 글 사이에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나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교과서 예제 몇 개 못 푼다고 해서 과학자가 될 자격이 없는 건 아닐 수도 있다. 과학자의 벌이가 꽤 짭짤할 수도 있고, 대기업, 천문대 선생님, 과학기자의 벌이가 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27, 28살 되어서 취직하려면 힘들 수도 있다. 돈을 많이 벌어도 막상 시간이 없어서 취미를 즐긴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이 글은 그저 지금까지 보거나 들었던 많은 매체들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거칠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현실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한 대학원생, 교수, 천문대 선생님, 항공사 직원, 과학기자 등등 여러 사람들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 오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벌이가 어쩌고저쩌고 노력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분들을 감히 저울질하려는 건 단언컨대 ‘절대’ 아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그저 현실을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는 대학교 2학년 휴학생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했다. 이 글을 읽으며 ‘네가 뭔데 우리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는 거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겐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있던 상념들을 이렇게 글로 풀어보니 꽤 많은 페이지를 차지한다. 그만큼 깊은 고민을 했다는 증거라도 되듯이 말이다. 그래서 꽤 후련하다. 아니, 사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까지도 고민과 걱정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고민, 걱정을 미리 해봤자 당장 나아질 수 없다는 걸 안다. 후임이 해준 말인데, 걱정을 미리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진짜 공감 갔다.

 

난 미래의 내가 뭘 하며 살고 있을지 미친 듯이 궁금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후의 미래만이라도 가보고 싶다. 그때의 나는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을지, 항공사에서 공항예보를 내고 있을지, 천문대에서 아이들에게 우주를 알려주고 있을지, 잡지사에서 기사주제를 고민하고 있을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지... 그러나 결코 미래로 가볼 순 없기에 일단은 현재의 삶을 그냥 충실하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미래에 그 무엇이 되어있는 내가, 이 글을 읽고 ‘그땐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았구나’하며 가볍게 웃음 지을 날이 올 거다.


전역을 두 달 정도 앞뒀을때 혼자 밤근무를 하면서 사무실에서 작성한 글이다. 지금도 뭐 하면서 살 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고 있다. 요즘 대기업 공채 시즌이라 여기 저기 둘러보면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직군이 뭐가 있나 찾아보고는 있다. 그나마 가능성있는 부분은 S/W 개발 쪽인데, 그런 곳은 내가 관심있는 딥러닝 분야 뿐만 아니라 코딩 실력까지 본다. 그래서 마냥 딥러닝만 파고 석사만 따면 되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코딩 테스트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알고리즘 문제 많이 접하고 많이 풀어봐야지... 오늘 아침에 본 유튜브가 생각난다. '하루하루는 성실히, 인생은 되는대로'. 이렇게 취업 준비를 할 나이에 고민이 많고 불안한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사실 그게 우리 삶의 속성이라고도 생각한다. 늘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디로 가야할 지를 이젠 우리 스스로 정해야 하니까. 그러나 그런 불안감과 막막함에 잠식되지 않고 무엇이든 꾸준히 해나가는게 정말 중요할 것 같다.